[국민일보] 온라인에 ‘성령의 불’ 붙여… 라디오까지 운영 세계 교인 만난다
경기도 성남 위례신도시 산위의마을교회는 ‘젊은 교회’다. 30~40대 교인이 교회의 주축이다. 2000년대 초반, 당시 전도사이던 김영준(47) 목사와 20여명의 청년들이 기도하고 찬양하기 위해 모인 게 교회의 출발이었다. 모임이 활성화될 때쯤 김 전도사는 미뤄둔 입대를 했다. 훈련소에서 나이 어린 동기들과 훈련을 받던 중 연락을 받았다. “전도사님, 공동체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교회 설립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요. 우선 교회 이름을 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훈련병 김 전도사는 쉬는 시간에 깊은 묵상을 했고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마 5:14)라는 성구가 마음에 깃들었다고 했다. 교회 이름이 ‘산위의마을교회’로 정해진 이유다.
지난 14일 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복음을 향한 열정만으로 시작한 모임이 교회가 되어 어느새 20년 가까이 지났다”면서 “기도의 삽을 들고 땅을 파내려 가라. 믿음과 인내로 파라. 내가 열방을 먹일 생수가 터져 나오게 하겠다는 말씀을 따라 지금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장로회신학대 신학과와 같은 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대학원에서 영성 신학을 전공했다. 목사 안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함해노회에서 받았다.
훈련병이 원격으로 개척한 교회는 지역 사회에 든든하게 뿌리 내렸다. 담임 목사가 없는 중에도 교회는 부흥했다. 김 목사는 “젊은 열정으로 청년들과 뜨겁게 기도했던 시간이었다”며 “기도하고 찬양하는 삶이 반복되면서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거룩한 삶과 부흥을 경험했다”고 회고했다.
교회는 뜨거운 예배와 전 세계를 잇는 온라인 기도회, 미디어 사역에 대안학교까지 운영할 정도로 성장했다. 20대 청년들이 시작한 교회는 이들의 자녀들까지 대를 이어 기도하는 공동체가 됐다.
자녀를 복음 안에서 양육하기 위해 세운 게 대안학교 ‘시티힐아카데미’다. 학교에는 110여명의 학생이 있고 교사도 30명에 달한다. 학교는 교회가 개척한 직후 터를 잡았던 서울 광진구에 있다. 교회가 위례의 새 예배당으로 이전한 건 지난해 10월 말이다.
김 목사는 “청년들의 기도 공동체가 어느덧 가족 공동체로 성장했다. ‘우리가 쌓은 복음의 천장이 자녀들의 바닥이 되게 하자’고 의기투합하며 학교를 세웠다”며 “어린이집에 다니는 교인 자녀들과 함께 시작한 학교에는 대학 입학을 앞둔 학생까지 다니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도로 출발한 교회의 정체성은 여전히 기도에 있다. 그는 “우리 공동체가 복음을 향해 달릴 수 있는 연료는 바로 기도의 삶”이라면서 “코로나가 시작되고 모임이 어려워졌을 때 일산의 자동차극장을 빌려 예배를 드렸는데 초창기다 보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게 오히려 부담돼 한 번만 하고 더 이상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작한 사역이 ‘바울의 손수건 프로젝트’다. 사도행전에는 하나님이 사도 바울의 손수건을 가지고도 병든 사람을 치유하는 이야기가 나온다.(행 19:12) 온라인 사역이 이 교회에는 바울의 손수건이 됐다.
김 목사는 “모이지 못해 상심해 있던 중 온라인이야말로 바울의 손수건보다 더 좋은 복음의 도구가 된다는 확신을 얻은 뒤 온라인에 성령의 불을 붙인다는 의미의 ‘파이어 온라인’ 사역을 시작했다”며 “온라인에서 만나 기도하고 찬양하며 보이는 라디오까지 운영하면서 세계 각지 교인들과의 접촉면을 넓혔다”고 전했다.
이렇게 시작한 온라인 기도회가 코로나 기간 중 매일 오전 7시와 오후 8시 두 차례 진행됐다. 위례신도시로 이전한 뒤부터는 위례와 서울 구의동에 있는 기존 예배당에 모인 교인을 연결하고 국내 주요 9개 도시와 홍콩 몽골 레바논 미국 캐나다에 있는 믿음의 공동체를 온라인에서 한데 묶어 전 세계 기도회를 운영하고 있다. 공간 제약이 무너지고 난 뒤에는 외국에 사는 교인이 셀(소그룹) 리더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온라인 기도회는 자리 잡았다고 한다.
김 목사는 “생활형 기도를 하지 않고 절기 등에만 특별히 하는 이벤트형 기도만으로는 기도 공동체로서 지속하기 어렵다”며 “기도로 출발한 우리 공동체의 정체성을 온라인에서 효과적으로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매일 두 차례 기도의 불을 붙이는 교회 공동체는 도심 속 수도원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세상 속에서 빛을 밝히는 사명을 매일 확인하고 실천하는 게 목회자로서의 바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기도 사역을 바탕으로 산상수훈적 삶을 사는 공동체로 성숙하는 게 목회 비전”이라면서 “교인들에게도 아버지의 사랑과 십자가의 복음, 성령의 능력을 핵심 가치로 삼고 삼위일체 하나님을 증거하는 사명을 감당하자고 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남=글·사진 장창일 기자(jangci@kmib.co.kr)